그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가슴저린 사연을 안고도
묵묵히 곁에서 지켜주시는 고마움에 가슴이 매어옵니다.
표현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두분께 가능하면 더
잘해 드리고 싶고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데 지내다보면
마음과는 반대로 걱정만 끼쳐 드리는 못난 딸이 되고 마네요. 

팔순이 가까운 연세에 푸른 새벽빛을 안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출근하시는 아버지..
고되 보이셔서 이제는 좀 쉬시라고 말씀 드리면,
우리에게 용돈도 줄 수 있고 게을러지지 않으니
건강도 좋아진다시며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이라고
빙그레 웃으셨지요.

휴일인 오늘, 몇가닥 안되시는 하얀머리를 이발해 드리며
깊게 주름진 목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털어드리니
왜 그토록 가슴 저리게 쓸쓸해 보이시던지요. 

빙글빙글 돗수 높은 돋보기를 쓰시고 하루에도 수시간씩
쓰신 사경이 책으로 수십권이 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새벽마다 일어나서
가족을 위해 아픈몸에도 아랑곳 없이 간절한 기도를 하시는 엄마.. 

엄마.. 아버지..

두 분은 생각만 하여도 늘 껍질이 벗겨진 피부처럼
마음이 아리기만 합니다.

언제나 우리를 푸욱 감싸는 그 무조건의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짧은 글로 어찌 그 넓은 사랑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제가 오직 바라는 소원은
부디 건강하셔서 우리들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셔요.. 

사랑합니다..
많이..
아주 많이..

          큰딸 나영올림.